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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정말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이 지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짝꿍부터 커서는 직장 동료까지 자신과 마음이 완벽하게 꼭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같은 경우는 대인 관계 운이 좋았는지 그다지 크게 뒤틀리는 관계가 없었는데, 군대에서 딱 한 번 정말 같이 있기 싫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저의 맞고참이었는데, 생활 방식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정말 사고의 시작부터 끝까지 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나서 1년이 넘도록 같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암담하더군요. 당시엔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아플때면, 더 아프라고 속으로 빌었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 고참과의 관계도 좋게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정말 미운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을 알게 된 건, 바로 자대 배치 받기 전, 훈련소 시절 중대장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통해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정말 같이 있기 싫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어야 되면 이 이야기를 계속 회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합니다. 직장 상사든 동료든 가족이든 친구든 그 어느 누구라도 "죽이고 싶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며느리가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걸핏하면 잔소리를 하시며 동네방네에 자기의 흉이란 흉은 다 보고 다니는 시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시어머니 또한 무슨 일 하나 똑부러지게 못하는 며느리가 너무 미웠습니다. 매일 매일 시어머니께 꾸중 듣던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를 바랄 정도로 시어머니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늙은 시어머니를 한 분 모시고 계신데,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제가 살기 어렵소. 시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시게 할 방법이 없겠소?"

그러자 무당이 물었습니다.

"그 늙은 시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오?"

"그 쭈구렁망탱이가 다른 건 몰라도 시루떡 하나에는 사죽을 못 쓰오."

"그러면 이 고을에서 가장 맛 좋기로 소문난 팥과 떡을 사서 시어머니께 정성을 듬쁙 담은 시루떡을 하루도 빠짐없이 1년간 해드리시오."

비록 1년은 조금 긴 시간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그 시어머니만 죽일 수 있으면 뭐든 할 수 없냐는 심정으로 며느리는 고을에서 가장 맛 좋다는 팥과 떡을 구여 시어머니께 시루떡을 해드렸습니다.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여 먹기 꺼려하던 시어머니였으나 워낙 자기가 좋아하는 떡이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느리는 그렇게 삼 개월간 빠짐없이 가장 맛 좋은 시루떡을 시어머니께 해드렸습니다. 하지만 아프기는 커녕 더욱 더 활기차게 다니시는 시어머니를 보고 며느리는 화가 났고 무당을 찾아가 따지게 되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하라는대로 이곳에서 가장 맛있다는 팥과 떡을 골라 시어머니께 대접하기를 벌써 삼 개월이거늘. 이 할망구는 아프기는 커녕, 오히려 기가 살아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지 않겠소? 어찌된 영문이요?"

"아직, 제가 분명 1년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더욱 더 맛있는 시루떡으로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분명히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며느리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도 매일 매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루떡을매일 매일 대접하는 며느리를 보니 의심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떡에 혹시 독이라도 넣을까 며느리를 몰래 좇아가도 맛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시루떡을 만드는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기분이 좋아지자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이제는 실수를 해도 이쁘게만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연히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동네방네에 며느리의 효성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시작했던 일이지만 동네방네 자신의 효성도 알려지고 시어머니의 잔소리도 줄어들자 며느리는 더욱 더 신명나게 맛있는 시루떡을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시어머니와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둘이 함께 있는 시간과 웃는 일이 많아지자, 결국 둘은 마을에서 둘도 없이 사이좋은 고부관계가 되어가기 시작했고, 시루떡 또한 점점 더할 나위없이 맛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잘 해주시는 시어머니가 좋아 매일이 행복한 며느리는 어느 날 무당과 약속했던 1년이 거의 다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시어머니가 곧 죽을 꺼란 생각을 하니 덜컥 겁이 나서 무당을 찾아가 울면서 빌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어리석고 아둔해서 그저 우리 어머님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빌지 않은 날이 없으나, 지금은 둘도 없이 사랑하는 시어머니라, 하루라도 안 계시면 제가 못 살겠소. 제발 우리 어머님 좀 살려주소. 날 죽여도 좋으니 우리 어머님 만은 살려주소."

무당은 통곡하는 며느리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과거에 당신이 그렇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던 시어머니는 벌써 죽은 지 오래요."



성공적인 인간 관계는 마음 맞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싫어하는 사람과 어떻게해야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는가 또한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마을 최고로 맛좋은 시루떡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인간 관계는 먼저 달라져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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