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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날짜: 2016.10.22
공연명: 발레 메들리 (정확한 공연명은 모른다.)
공연장소: 볼쇼이 극장 신관

공연을 관람하는 다양한 자세에 대하여.

오랫동안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를 보기 위해서 노력한 끝에 밀라가 겨우 표를 구했다.
너무나도 행복한 나머지 표 값이 꽤나 비싼 편이었는데(13,000 루블)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도 안 가는 김에 작은 소비를 허용하기로 했다.
7시 공연이라 저녁을 먹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라 판단해 요즘 밀라랑 자주 찾은 Fresh 라는 베지터리언 레스토랑에 갔다.
"Healthy is New Sexy” 라던가 "Happy New You” 등의 감각적인 캐치프레이즈를 표방한 젊은 느낌의 레스토랑인데 베지터리언이 아닌 내 입맛에도 잘 맞는다.

거두절미하고 식사를 마치고 1시간쯤 전에 볼쇼이 극장을 찾았다. 우리가 있던 아르바트 거리에서 약 10분쯤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다.
볼쇼이 극장 앞에 서서 잽싸게 인증샷을 찍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우리 발레 공연은 구관이 아니라 신관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구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구관에서는 오늘 오페라 공연만 하고 발레 공연은 신관에서만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신관에 들어가서 옷을 맡기고 극장을 구경했다.
러시아 전통의 실내 인테리어는 아름다웠지만 러시아가 그렇듯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은 조금은 낡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이제는 다음 차례인 우리도 들어갈 수 있음을 알린다. 우측 발코니 자리였다.
공연 시각이 다가오자 관객석이 가득 찼다. 밀라랑 입장하는 관객들의 패션에 대해 농담을 주고 받으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발레 공연은 아름다웠다. 앞서 말했듯 발코니 좌석이라 살짝 왼쪽으로 틀어서 앉아야 무대가 제대로 보였다.
고개를 뒤로 젖혀 의자에 기대어보니 너무 편하다. 마음도 같이 편해지고 나니 오케스트라 선율과 발레의 아름다운 몸짓에 시선을 뺏긴다.
이따금 러시아 사람들의 자유로운 관람 분위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그 문화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미삼아 나라별로 내가 경험했던 관람 문화를 비교 분석해보자.

[한국]
한국의 관객들은 어릴 때부터 누구에게 배웠는지 모르는 그 특유의 눈치 문화가 관람 문화에도 적용된다.
어릴 적의 나도 음악 선생님께 배운 적이 있다. 무식한 사람이나 아무때나 박수를 치는 것이라고. 배운 사람들은 흐름을 깨뜨리지 않고 음악의 막과 막 사이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라고. 무식한 사람과 배운 사람의 극명한 대조 설명은 내 머리 속에 구체화되어 심어졌다. 오케스트라의 막과 막 사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나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갈채를 보내기 시작하면 내 나름의 갈채를 보낸다. 정말 좋았다면 소심하게나마 브라보도 외쳐본다. 공연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 즉 복수이면 브라뷔라고 외쳐야 한다고 그랬다. 무식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브라보가 아니라 브라뷔라고 외치면 더 좋다. 리액션마저 바보처럼 학습되고 박제된 낮은 수준의 시민의식이라고 본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가 그렇게 유명하다길래 베를린을 찾았을 때 베를린 오케스트라 홀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베를린 필하모니는 월드투어 중이었고 다른 필하모니가 있다길래 그 공연을 어렵사리 예약했다. 독일 사람들의 특유의 관람 문화도 있다. 음악이 연주되는 중간에는 정말 고요할만큼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말 오케스트라의 소리로 공간이 가득 메워진다. 그리고 막이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 소리가 들린다. 브라보도 들린다. 더불어 엄청난 양의 기침소리도 들린다. 마치 경쟁하듯 사방에서 터지는 헛기침 소리가 음악 소리가 비운 홀을 가득 메운다.

[러시아]
일단 박수나 브라보의 타이밍이 따로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발레리나/발레리노가 입장을 하거나 멋진 점프를 선보이거나 퇴장을 할 때면 큰 박수 갈채와 감탄사를 보낸다. 아름다운 음악과 발레리나의 춤에 귀와 눈이 홀려 신선 놀음을 하던 나로서는 갑자기 현실세계로 킥을 당하는 격이다. 후레쉬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관객들이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았다. 박수 또한 짜자자작 이렇게 퍼지는 박수 소리가 아니라 짝 짝 짝 짝 박자를 맞춘 박수 소리라 더욱 거슬린다. 간만의 관람 기회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로서는 슬프지만 결국은 현지의 룰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추후에 들은 얘기로는 극장에 고용되어 브라보를 외치는 관중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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